2010년 김연아 자서전 < 7분 드라마 > 중에서
그저 꿈꾸는 것만으로는 오래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꿈을 이루고 싶었다.
승부욕이 강한 나는 일등을 하고 싶었고,
그것이 꿈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나의 경쟁상대는 '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먹고싶은 걸 모조리 먹어버리고 싶은 나,
조금 더 자고 싶은 나,
친구들과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나,
아무 간섭도 안 받고 놀러다니고 싶은 나,
하루라도 연습 좀 안 했으면 하는 나,
내가 극복하고 이겨내야 할 대상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내 안에 존재하는 무수한 '나'였던 것이다.
이런 나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래, 즐겁게 하자.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 않았던가?
중요한 것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아니라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느냐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한번 더 도전해보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 그럼 그렇지....."
"우리 같은 환경에서는 힘들어."내가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 들이다.
또 나를 응원하고 도와주시는 분들을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았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적을 일으키는 것은 신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라고 한다.
기적을 바라기만 하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기적은 신이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의지와 노력으로 일으키는 것이다.
이번 시즌에서 내가 거둔 성적은 부상과 싸우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내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나를 기특하게 여긴 신께서 보내주신 선물이 아닐까. 누구에게나 우연을 가장한 기회가 찾아온다.
하지만 그것을 붙잡아 행운으로 만드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처음부터 겁먹지 말자.
막상 가보면 아무것도 아닌 게 세상엔 참으로 많다.
첫걸음을 떼기 전에는 앞으로 나갈 수 없고, 뛰기 전에 이길 수 없다.
환경을 탓하며 불평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런 환경을 모르고 시작한 것이 아니니까.
아쉽고 불편하고 때로는 화가 날 정도로 내 처지가 불쌍하기도 했지만, 무언가를 탓하며 주저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불편하고 험난한 줄 알면서도 그 길을 기꺼이 가는 것. 그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일 테니까.
엄마는 가끔 힘들어 하는 나에게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탄탄히 다져진 길이 물론 더 쉽고 편하겠지.
하지만 없는 길을 만들어 나가는 것만큼 보람되지는 않을거야."
훈련을 하다 보면 늘 한계가 온다.
근육이 터져 버릴 것 같은 순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순간, 주저앉아 버리고 싶은 순간...
이런 순간이 오면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말을 걸어온다
'이만 하면 됐어.' '다음에 하자.' '충분해.' 하는 속삭임이 들린다.
이런 유혹에 문득 포기해 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때 포기하면, 안한 것과 다를 바 없다.
99도까지 열심히 온도를 올려 놓아도
마지막 1도를 넘기지 못하면 영원히 물은 끓지 않는다고 한다.
물을 끓이는 건 마지막 '1도',
포기하고 싶은 바로 그 '1분'을 참아내는 것이다.
이 순간을 넘어야 그 다음 문이 열린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세상으로 갈 수 있다.
때로는 너무 힘들어서 내 기대치를 낮추고 싶기도 했고,
다가온 기회를 모른 척 외면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결코 그럴 수가 없었다.
하겠다고 마음 먹은 건 꼭 해야 하는 완벽주의자 같은 성격 탓도 있었지만,
그 차이를 일찍 알아 버렸기 때문이다.
"99도와 100도의 차이"
늘 열심히 해도 마지막 '1도'의 한계를 버티지 못하면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아주 작은 차이 같지만 그것은 물이 끓느냐 끓지 않느냐 하는 아주 큰 차이다.
열심히 노력해놓고 마지막 순간에 포기해 모든 것을 제로로 만들어 버리기는 싫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중요한 건, 마지막 '1분' 그 한계의 순간이 아닐까...
실수를 해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나머지를 잘 해내면 그 만큼의 점수를 받는다는 걸 깨닫게 됐다.
후회와 미련을 두는 것은 정말 '미련한' 사람이나 하는 짓이다. 뒤를 돌아보고 자책할 시간에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는 게 중요했다.
남들은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데,
내가 왜 늦게 출발했을까 자책하는 건
소용없는 일이니까.
내가 흔들리지 않고 금메달을 차지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됐다.
주변의 납득되지 않은 상황들을 잘 이겨낸 것이다.내가 부당한 점수 때문에 흔들려서 스케이팅을 망쳤다면
그것이야말로 나 스스로 지는 결과가 아니였을까?
나에게 닥친 시련을 내가 극복하지 못했다면
결국 내가 패하기를 바라는 어떤 힘에
스스로 무릎을 꿇는 결과가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나는 지지 않았다.
시상대 위에서 바라본 두 일장기 사이에 높이 떠 있는 태극기.
그런 순간들을 이겨냈기에 이 자리, 이번 금메달이 더욱 값지게 여겨졌다.
앞으로 또 닥칠지 모르는 일들이지만 큰 두려움은 없다.
그동안 많은 일들을 겪어왔고 우습지만 이젠 너무 익숙해서 무덤덤한 것도 사실이다.
무언가가 아무리 나를 흔들어댄다 해도
난 머리카락 한 올도 흔들리지 않을 테다.
수천 번의 점프로 휘어진 발목, 수만 번의 회전으로 뒤틀린 허리,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독하게 나를 단련해왔는지를 떠올려 보면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다시 7살로 돌아가더라도 피겨 스케이팅을 선택할 것 같다. 피겨 스케이팅은 내 인생의 전부다.
나는 성공한 스포츠 스타가 아니라, 끊임없이 성장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꿈을 위해 끊임없이 달려가는 훌륭한 선수,
노력하는 인간 '김연아'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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